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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게임 번역의 고단함: 고객 피드백 이해와 수용 방안

by 너의세가지소원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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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납품 및 고객 피드백

1차 납품은 인게임 텍스트와 녹음 파일로 구성된 패키지를 작성하여 진행합니다. 이때 녹음 대본은 이미 제출하여 최종 검토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별도로 제출하지 않지만 해당 내용이 인게임 텍스트에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최종 녹음본과 인게임 텍스트가 일치하도록 수정한 다음 패키지를 작성합니다.

 

완성된 패키지를 납품하고 나면 빠르면 수일 내로, 늦어지더라도 LQA 테스트 이전에는 고객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고객 피드백 내용은 그것이 타겟 언어 문법의 수용 범위를 벗어나거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상식 수준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가급적 모두 수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왜냐고요? 우리가 지금까지 수행한 번역의 결과물은 고객의 의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니까요. 상식의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만 아니라면 고객의 모든 요구는 수용해야 합니다.

 

그럼 어떤 것이 상식의 수준을 넘어서는 피드백일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콘텐츠 전체에 걸쳐 수정해야 하는 피드백을 주었으면서도 그것을 수행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경우가 있겠습니다. 일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고객사도 마찬가지이므로 생각보다 촉박하거나 심할 때는 말도 안되는 시간 즉, 전체 인원이 달라붙어서 며칠 밤을 새워도 될까말까한 만큼의 짧은 시간만 주어지는 상황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고객에게 해당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조리있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이후 진행될 LQA 테스트 시간을 활용해서 추가 수정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상식 밖의 피드백이라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음… 글쎄요… 제가 볼 땐 전체적으로 마음에 안 들어요. 다시 해주세요.”

“우리 게임의 분위기랑은 안 맞는 것 같아요. 전부 다 다시 해주세요.”

“제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어요. 좀 더 게임스럽게 번역을 수정해 주시겠어요?”

 

난감하죠? 저도 이런 고객들 만날 때마다 일단은 마음 속으로 한숨을 한번 쉽니다.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난 것이죠. 이런 고객들에게는 본인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고쳤으면 하는 부분이, 게임스럽지 않은 부분이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물론, 화 내면 안 되고요, 아주 친절하게 이 상황을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네, 고객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다만, 말씀해 주신 피드백 만으로는 저희가 어느 부분을 어떻게 수정해 드려야 고객님께서 만족하실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주신다면 요청하신 사항에 맞게 내용이 수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A 캐릭터는 성격이 차갑고 지극히 계산적인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지금 번역문에서는 A 캐릭터가 뭔가 엉뚱하고 산만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아무래도 대사 중 많이 남발하는 감탄사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원문에는 감탄사가 있더라도 그 부분을 조금 줄여서 이런 느낌을 지웠으면 좋겠다.’라는 형식의 피드백을 주신다면 저희 담당자도 고객님의 요구 사항을 실수 없이 확실하게 파악하고 최대한 의견이 반영된 수정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 예문처럼 번역 업무에 친숙하지 않은 고객은 피드백을 주는 방식도 서툴 수 있으니 친절하게 안내하여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을 적용해주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피드백이 뜬구름 잡는 식이라고 해서 수정 작업도 뜬구름 잡는 식으로 하면 상당히 여러 번 수정 작업을 하고도 고객에게 만족감을 전해주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집니다. 담당자 본인과 고객의 정신 건강을 위해 피드백은 반드시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해서 받도록 하시고, 가능하다면 Excel 파일로라도 간단하게 피드백 시트를 만들어 계속해서 저장하고 고객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객사 내에서 여러 사람이 같은 문제에 대해 다른 피드백을 주는 경우도 흔하고 한번 수정한 내용을 다시 수정하고 또 다시 수정하는 일도 자주 반복됩니다. 모두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으면 나중엔 누가 무엇 때문에 이 부분을 수정하려 했었는지도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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