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詩)가 있는 풍경25 [에리히 케스트너] 기다리기 - 외투깃을 세워도 추위가 가시지 않을 때 들판은 아직녹색의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천년 전에 생명을 잃은 듯이마른 풀들은 메마른 회색으로들판을 채우고 있습니다.여기에서 바야흐로푸르른 목초가 돋아나오고방울꽃이 피어나는 일이정말일까요? 정년퇴직한 잎새들은버터빵의 포장지처럼여기에서 버석저기에서 버석거립니다.바람이때로는 낮은 소리로때로는 높은 소리로윙윙마른 숲 위를 스칩니다. 마른 들판에한 쌍의 부부가 앉아봄을 기다립니다.생명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압니다.올해도 반드시봄이 온다는 것을. 두 사람의 기분은이해합니다만염려가 됩니다.두 사람이감기에 걸릴 일이. 두 사람은 스푼으로컵 속을 저었습니다.어두워진 후까지그렇게 앉아 있었습니다.두 사람만 말없이마주앉았습니다. 이 시는 겨울의 끝자락에 놓인 들판의 정경과 두 사람의 기다림을 묘사하며, 봄이라는 희망을 .. 2024. 8. 20. [에리히 케스트너] 자살은 안 돼 - 사는 일이 싫어졌을 때 만약 자네가권총에 손을 뻗어얼굴을 내밀고 방아쇠를 당긴다면내 가만 두지 않겠네. 착한 사람은 적고나쁜 사람은 많다던교수님의 훈계를또 다시 복습할까? 세상이 재미가 없다구?뻔한 소리를 되풀이할 거야?대강대강 해 둬. 죽기만 해 봐.자네 시체가아무리 관 속에 있더라도내 후려갈겨 줄 테야. 주변에서 일어나는잡스런 일 따위는아무래도 좋아. 비맞은 중처럼중얼중얼 불평하는 것은이제 집어치우게.세상이 그렇고 그렇다는 것은열 세 살 소년도 아는 일이야. 자네의 꿈은 어떻게 해서든지인류를 개선하겠다는 것이었지.지금 자네는그 꿈을 비웃고 있겠지. 나쁘고 형편없는 자들이버글버글하다는 것은 확실히 사실이야.그렇다고 해서개처럼 죽을 수야 없는 일이지. 최소한오래 살아서놈들에게약이라도 올려야지 않겠어? 이 시는 절망에 빠진 .. 2024. 8. 19. [에리히 케스트너] 따귀맞기 - 무엇인가에 실패했을 때 특별히 맞춘 운명이스스로의 속도와 주기로인간을 찾아옵니다.호된 따귀 한 대가이번에도 찾아왔습니다. 자, 괜찮습니다.산다는 일이 원래 그런 것.얼추 올 때가 되었던 따귀였고살짝 피하는 데 실패했을 뿐입니다. 운명은 거의 표적을 맞춥니다.으스대던 얼굴이 한 방 먹으니팡, 하고 큰 소리가 난 것뿐치명적이라고 할 정도의 것은 아닙니다.인간은 편리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으니자, 추스르고 일어나세요. 호수의 물결은 잔잔하고저 멀리 산들은 눈에 덮였습니다.햇볕이 따사롭고새들이 지저귑니다.왜 이렇게 호된 따귀를 맞아야 했던가를한 번 짚어 볼 필요야 있겠지요. 운명은 오늘과 마찬가지로이후에도 가끔 놀리고호되게 때리기도 하겠지요.맞으면서 조금씩 영리해지는 법입니다.아직은 두들겨 맞을 일이한참은 남아 있고그리하여 어느 날결정.. 2024. 8. 18. [에리히 케스트너] 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 - 감정이 메말라 수혈을 필요로 할 때 다시 한 번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열 여섯 살이 되고 싶다.그리고 그 후의 일들은모두 잊어버리고 싶다. 예쁜 꽃들을 따서책갈피에 끼워 말리고 싶다. 문설주에 뒤로 서서키를 재어 보고 싶다. 학교로 가는 도중빨강대문 파랑대문에서동무를 부르고 싶다. 밤의 창가에 서서별들을 헤아려 보고 싶다. 거짓을 말하는 상대에게화를 내고 토라져서닷새 동안 얼굴을 맞대지 않고 싶다. 다시 한 번밤늦은 공원에서키스하고 싶어도 얼굴을 돌리는볼이 붉은 소녀와산보를 하고 싶다. 문을 닫으려는 점방에 들어가소녀와 나를 위해2마르크 50페니로쌍으로 된 가락지를 사고 싶다. 곡마단 구경이 하고 싶어엄마를 조르고 싶다.담배 피우는 원숭이를 보고 싶다.머리가 둘인 황소를 보고 싶다.첨 만져 본 여자의 가슴이 너무 부드러워깜짝 놀라고 싶다.. 2024. 8. 17. [에리히 케스트너] 마주보기 - 도시가 끔찍하게 싫어질 때 너와 내가당신과 당신이마주봅니다.파랑바람이 붑니다.싹이 움틉니다. 고급수학으로도시의 성분을 미분합니다.황폐한 모래더미 위에녹슨 철골들이 흩어져 있습니다.서로서로핏발선 눈들을 피하며황금충떼가 몰려다닙니다.손이 야구장갑만 하고몸이 미이라 같은 생물들이허청허청이리 몰리고 저리 몰립니다. 우리가 쌓아 온 적막 속에서우리가 부숴 온 폐허 위에서너와 내가당신과 당신이마주봅니다.파랑바람이 붑니다.싹이 움틉니다. 피곤에 지친 눈을 들어사랑에 주린 눈을 들어너와 내가당신과 당신이마주봅니다. 마술의 시작입니다. 이 시는 현대 도시의 황폐함과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의 가능성을 동시에 다루고 있습니다. 시인은 복잡한 사회와 인간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희망과 사랑의 싹을 아름답고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2024. 7. 27. [에리히 케스트너] 슬퍼하세요 - 마음이 못내 답답할 때 슬플 때는 거리낌없이 울어보세요.마음을 너무 감시하지 마세요.눈물 흐르는 대로 슬퍼하더라도죽는 일은 없으니까요. 이 시는 감정의 억제와 해방을 다루며 인간의 본연적 연약함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부드럽고도 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우리에게 슬픔을 억누르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권유합니다. 슬픔이란 인간의 감정 스펙트럼 중 하나일 뿐, 그것이 삶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따뜻한 위로를 담고 있습니다. "슬플 때는 거리낌없이 울어보세요."첫 구절은 매우 직접적이고 강렬합니다. "거리낌없이"라는 표현은 우리에게 주저함 없이, 망설임 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라고 말합니다. 이 구절은 사회적 통념이나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슬픔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 2024. 7. 25.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