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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있는 풍경

서정윤의 시 - [노을 초상화] - 쓸쓸함에 관하여

by 너의세가지소원 202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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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쓸쓸함을 모아 태우면

이런 냄새가 날까

늘 너무 빨리 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돌아서 보면

지친 얼굴로 따라오는 그림자

길게 누워 바라보는 눈길이 멀다.

 

어둠이 익어가는 가지 끝

목숨길에 드리우던 노을 그림자

때때로 숨어 지켜보던 그 길을

이제는 걸음 걷고 있다.

 

잊어도 좋은

그래야만 할 기억을 하늘에 그리며

전설의 별에서 울려오는 얼굴이

아득하다.

 

별의 꿈이 떨어진 자리에

자라는 노을의 사랑

두 손에 하늘을 들고

그러고도 느끼는 허전함

그려내는 노을 초상화.

 

침묵해야 할 때가 되어져 있는

우리의 지친 발걸음

걸어야 한다면 사랑이 깨어져도,

그래도 걸어야 한다면

저 풀과 나무들 사이의 노을이.

 

 

오늘이 지금 있는 회사에서의 마지막 근무일이다. 뭐랄까... 남들이 많이 느낀다는 시원섭섭함과는 조금 결이 다른 느낌의 허전함이 있는 시간이다. '그래도 재취업을 해서 다행이지'하는 생각과 '아... 여기서 난 실패한 건가?'하는 생각이 자꾸 교차한다. 이 시를 감상하며... 왠지... 많이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앞날에 대한 축복인지 오늘 헤어짐에 대한 슬픔인지 비는 어제부터 계속 찰박찰박 내리고 있다. 이런 날씨를 좋아하면서도 오늘은 무언가의 힘 때문에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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