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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있는 풍경

[에리히 케스트너] 자살은 안 돼 - 사는 일이 싫어졌을 때

by 너의세가지소원 2024.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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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네가

권총에 손을 뻗어

얼굴을 내밀고 방아쇠를 당긴다면

내 가만 두지 않겠네.

 

착한 사람은 적고

나쁜 사람은 많다던

교수님의 훈계를

또 다시 복습할까?

 

세상이 재미가 없다구?

뻔한 소리를 되풀이할 거야?

대강대강 해 둬.

 

죽기만 해 봐.

자네 시체가

아무리 관 속에 있더라도

내 후려갈겨 줄 테야.

 

주변에서 일어나는

잡스런 일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비맞은 중처럼

중얼중얼 불평하는 것은

이제 집어치우게.

세상이 그렇고 그렇다는 것은

열 세 살 소년도 아는 일이야.

 

자네의 꿈은 어떻게 해서든지

인류를 개선하겠다는 것이었지.

지금 자네는

그 꿈을 비웃고 있겠지.

 

나쁘고 형편없는 자들이

버글버글하다는 것은 확실히 사실이야.

그렇다고 해서

개처럼 죽을 수야 없는 일이지.

 

최소한

오래 살아서

놈들에게

약이라도 올려야지 않겠어?

 

 

 

이 시는 절망에 빠진 친구에게 보내는 강력한 격려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친구가 삶에 대한 흥미를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상황을 강하게 거부하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시의 전반부에서는 친구가 권총을 들어 자살하려는 행동을 막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현합니다. "내 가만두지 않겠네"라는 구절에서 시인의 분노와 애정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는 친구의 절망에 대해 단순한 위로나 동정이 아닌, 강력한 저항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시인은 세상의 부조리와 불공평함에 대한 친구의 불만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합니다. "죽기만 해 봐"라는 표현은 친구의 선택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와 함께, 그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음을 강조합니다.

 

중간 부분에서는 세상의 부조리를 이미 잘 알고 있으며, 이는 어린아이조차도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친구에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고 촉구합니다. 삶의 고난을 대강 넘기면서도 계속 살아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더라도 그것이 생명을 포기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친구의 원래 꿈, 즉 인류를 개선하겠다는 이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그 꿈을 비웃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시인은 나쁘고 형편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오래 살아서 놈들에게 약이라도 올려야" 한다며, 싸움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버티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시는 절망과 싸우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강렬한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시인의 단호한 말투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애정과 친구를 향한 진심 어린 걱정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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