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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있는 풍경

[에리히 케스트너] 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 - 감정이 메말라 수혈을 필요로 할 때

by 너의세가지소원 2024.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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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

열 여섯 살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후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싶다.

 

예쁜 꽃들을 따서

책갈피에 끼워 말리고 싶다.

 

문설주에 뒤로 서서

키를 재어 보고 싶다.

 

학교로 가는 도중

빨강대문 파랑대문에서

동무를 부르고 싶다.

 

밤의 창가에 서서

별들을 헤아려 보고 싶다.

 

거짓을 말하는 상대에게

화를 내고 토라져서

닷새 동안 얼굴을 맞대지 않고 싶다.

 

다시 한 번

밤늦은 공원에서

키스하고 싶어도 얼굴을 돌리는

볼이 붉은 소녀와

산보를 하고 싶다.

 

문을 닫으려는 점방에 들어가

소녀와 나를 위해

2마르크 50페니로

쌍으로 된 가락지를 사고 싶다.

 

곡마단 구경이 하고 싶어

엄마를 조르고 싶다.

담배 피우는 원숭이를 보고 싶다.

머리가 둘인 황소를 보고 싶다.

첨 만져 본 여자의 가슴이 너무 부드러워

깜짝 놀라고 싶다.

 

열 여섯 살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 번 해 보고 싶다.

그보다 나중에 있었던 일들을

고무지우개로 모두 지워 버리고 싶다.

 

다시 한 번

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

열 여섯 살이 되고 싶다.

 

 

 

이 시는 인생의 한 시점을 회상하며 그때의 감정과 경험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하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열여섯 살이라는 특정 나이를 통해, 그 시절의 순수함과 설렘, 그리고 당시의 작은 일상들이 주는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다시 한 번"이라는 구절을 반복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강렬한 소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열여섯 살의 소소한 일상—꽃을 따서 말리고, 친구를 부르고, 별을 세는 등의 행동—은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의 순수함과 현재의 복잡한 감정 사이의 대비를 보여주며,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이 시는 인생의 다른 시점에서 겪었던 경험들을 모두 "고무지우개로 모두 지워 버리고 싶다"고 표현하며, 현재의 삶에 대한 회의감이나 후회, 혹은 복잡함을 드러냅니다. 시인은 열여섯 살의 순수한 감정만을 남기고, 그 이후의 모든 경험을 지우고 싶어 하는데, 이는 아마도 인생의 무게를 덜고 싶어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인생의 한 시점을 향한 깊은 그리움과 현재 삶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열여섯 살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끼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바람이 잘 표현된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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