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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책을 버리다 - 출판의 꿈도 버리다. 욕심이었다.

by 너의세가지소원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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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많은 책을 버렸다. 어릴 때 책 사모으는 버릇이 있었던 덕(?)에 집에는 읽지 않은 책과 읽었던 책이 뒤섞여 대충 책장 3개 정도의 분량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책장 하나를 통째로 비우고 내다 버렸다. 결혼하기 전부터 사용하던 책장이니 대충 15년 이상은 되었던 녀석인데, 그 녀석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컸다. 작년까지는 그럭저럭 견디던 여름의 폭염을 올해는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창문형 에어컨이라도 하나 들여놓겠다는 내 욕심이 빚어낸 나비효과였다.

처음엔 창문 한쪽에 에어컨을 설치할 공간을 만들고 에어컨 고정 장치만 설치하면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에어컨을 설치하고 보니 생각보다 많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에어컨 설치하는 과정에서 책장을 놓을 공간 한켠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은 제일 오래된 책장 하나를 버리기로 했고, 그와 함께 지금까지 갖고 있던 책들을 어느 정도 정리하기로 했다. 창고에 넣어놓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책의 무게나 지금 창고에 남아 있는 공간을 고려할 때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몇 년 전에 무슨 이벤트를 통해 받았던 직원 상담과 관련된 워크북을 발견했다. 아직 읽어보지도 않은 책이었지만 나는 미련 없이 그 책을 모아놓은 책더미 속에 던져놓았다. 지금까지 읽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읽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대부분이 디지털로 변화하고 있는 내 주변 환경이 그것을 부추겼다.

 

책을 버리고 며칠이 지난 오늘... 난 갑자기 그 책을 지은 저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책을 만들어서 앞으로 이 업계에 들어설 후배들에게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지식을 전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출판사에 써 놓은 원고를 보내기도 하고 가끔이지만 출판 업계에 계신 분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야 책을 낼 수 있을지 상담도 해봤다. 

 

물론, 자비로 출판하는 방법도 있다. 꼭 책을 내고 싶다면 그 방법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초라한 원고에 내 피 같은 돈까지 들여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 만드는 일은 유야무야 잊히고 있었다.

 

내가 내다버린 그 책의 저자는 그래도 내가 쓰려던 글보다 좀 더 대중적인 주제여서 출판이 가능했거나 본인의 피 같은 돈을 쏟아부어 책을 출간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의 이번 행위는 해당 저자에게 굉장히 죄송한 일이었으며, 동시에 나에게도 그동안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어쭙잖은 글모음을 들고 당당히 책으로 출판해 보겠다는 내 욕심은 미래의 업계 후배들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해 보았지만 결국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전해주는 느낌을 내 것으로 체화하기 위한 행위에 불과했다.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또 들었다.

 

한 번도 읽혀지지 않고 버려진 그 사람의 글처럼 내 글도 잊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써 놓은지 벌써 몇 년이 되어 버렸으니... 정보성 글 치고는 너무 오래 방치했다는 생각도 든다. 잠시나마 가졌던 작가(?)의 꿈은 이제 살포시 접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반성하고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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