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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피노키오를 모티브로 한 한국산 소울라이크 'P의 거짓' 플레이 후기

by 너의세가지소원 202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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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얘기를 할 때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항상 고민이다. 재미있게 즐기는 게임은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막상 무언가를 쓰려고 보면 쓸 말이 별로 없다. '다른 데 찾아보면 다 있을 것 같은데 나도 그걸 또 써야 하나?'하는 걱정도 자주 하게된다. 그런 생각으로 주저하다 보면 내가 왜 글을 쓰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랬다. 길지도 않은 글을 쓰는데도 임시 저장을 몇 번이나 했을까... 조금 써 놓고 지웠다가 다시 쓰고, 임시 저장해 두었다가 한참 후에 다시 꺼내서 쓰고... 하지만 읽을 때마다 자꾸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이다. 뭐... 내가 게임 기자도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되지 뭣때문에 이렇게 고민하면서 글을 쓰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단지, 무언가를 쓰려고 할 때마다 기왕이면 좀 더 진솔하게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을 뿐이다.

그래, 이제 P의 거짓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P의 거짓은 동화 [피노키오]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한국산 소울라이크 게임이다. 소울라이크? 여기서 소울라이크(Soul-like)는 일본의 게임 개발사인 프롬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다크소울(Dark Soul)이라는 게임 시리즈에서 차용하여 사용하게 된 용어다. 즉, 다크소울과 게임 방식이 유사한 게임들을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소울라이크류 게임은 특징이 조금 있다. 우선, 게임 방식이 굉장히 불친절하다. 맵이 없는 경우는 기본이고, UI가 몇 개 없어서 게임 화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 꼭 옛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저장(save)은 특정 장소에서만 가능하고, 이미 죽인 몬스터라도 내 캐릭터가 죽고 게임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 녀석들도 모두 다 살아나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이게 또 꼼수 역할을 한다. 되살아난 몬스터를 사냥하면 에너지(P의 거짓에서는 이걸 [에르고]라고 부름)를 모아 캐릭터를 좀 더 빨리 성장시킬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을 하면서 계속 세이브 포인트(별바라기)에 들러 몬스터를 되살리고 또 때려잡는 일을 반복하며 초반 캐릭터 성장을 이뤘다.

 

 


게임이 이런 방식이다 보니 게임을 하는 내내 몬스터가 등장하는 위치와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동선까지 계속해서 머릿 속에 저장하면서 플레이해야 한다. 제대로 기억을 못 했다간 갑자기 나타난 적에 놀라며 절벽 아래로 떨어져 사망하기도 한다. 이런 게임 속의 적은 다양한 패턴으로 날 괴롭히기도 하고 갑자기 나타나 놀라 자빠지게도 만든다. 참말로 짜증나는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 게임인데... 신기하게도 이런 유저 불친절 게임을 좋아하는 매니아층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 덕분에 소울라이크라는 장르도 만들어진 것이다. 나랑은 정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랄까......

P의 거짓도 위에서 말한 소울라이크 게임이다 보니 그런 불편함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난 왜 굳이 이렇게 어려워하는 게임을 정가 다 주고(실제로 내가 사고 며칠 뒤에 세일을 시작함 ㅠ.ㅠ) 구매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까? 뭐... 나름 국뽕이라고 해야 하나... 국내산 콘솔 게임이 해외에서 생각보다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게임 기사를 보고 갑자기 마음이 동했다. 사실 22년에 부산 지스타 행사장을 방문했다가 벽 가운데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P의 거짓 포스터를 볼 때만 해도 그냥 '꽤 돈 많이 쓴 게임이 곧 나오려나 보다.' 정도였었다. 귀공자처럼 생긴 P의 모습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 느낌이라 크게 신경쓰진 않고 있었다.

 


스토리는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오긴 하지만 사실 피노키오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세계 어딘가에 있는 크라트라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본래 어부들이 사는 가난한 어촌마을이었던 크라트였으나 30년 전 연금술사들이 자신들의 수장인 발렌티누스 모나드와 함께 영생의 전설에 대해 찾아다니던 중 크라트에서 그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다. 당시 명망 높던 크라트에 위치한 성 프란젤리코 대성당의 대주교 안드레우스가 마을의 부흥을 위해 이들을 받아들이면서 발렌티누스와 연금술사들은 더 이상 떠돌지 않고 크라트에 정착하게 된다.

정착한 이후 연금술사들은 탐색을 거듭한 끝에 크라트 지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에르고라는 소재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차렸고, 그 잠재력을 활용하고자 외부에서 기술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이때 자동인형의 창시자로 추후 명명될 주세페 제페토 역시 초청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 결과, 자동인형 제작자들의 모임인 공방 연합이 설립되었고, 공방의 수장이었던 제페토의 노력으로 자동인형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연금술사들은 에르고를 사용하여 기술자들이 제작한 인형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도록 만들었으며, 이 자동인형 산업 덕분에 크라트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며 황금기를 맞이했다.

 


허나 제작 도중 오류로 인해 폭주하는 인형들을 제어하기 위한 스토커라는 인형 사냥꾼 집단이 생겨났고, 이들은 고대 크라트의 전통을 따라 동물 가면을 쓰고 크라트 시의 자경단 역할을 수행했다. 스토커는 크라트 상류층의 보호조직 역할도 했으며, 보호 대상과 전투 방식에 따라 두 개의 파벌로 나뉘었다. 기득권에서 멀어진 '서자들'은 신흥 연금술사와 공방을 지키는 반면, 뒷골목 출신의 '청소부'들은 신흥 세력을 질투한 구 가문의 보호조직이었다. 이 두 조직은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었으며,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업적을 쌓아 '전설의 스토커'로 불리는 이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 제페토가 만든 유모 인형 카미유가 요람에서 떨어질 뻔한 아기를 구해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설계에는 없었던 알고리즘 때문에 연금술사들은 카미유를 붙잡아 심문했고, 인형들이 어떤 원인으로 자아를 깨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로 몇몇 인형들은 이미 카미유처럼 자아를 깨운 상태였고, 연금술사들의 하인 인형 알레키노도 그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알레키노는 즐거움을 위한 살인자의 본성을 깨달았으며, 자신을 조종한 사람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의도로 크라트 전반에 걸쳐 연속 살인을 벌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알레키노는 자신을 끈질기게 쫓아온 추적대에 의해 결국 붙잡히지만, 그의 범행은 시민들 사이의 반발을 두려워한 대장간과 연금술사들에 의해 간단한 강도 살인 사건이나 해결되지 않은 사건으로 숨겨졌다. 하지만 알레키노의 범행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로렌치니 베니니는 그날의 비극을 결코 잊지 못했다. 베니니는 다른 이들이 같은 비극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집착과 성공에 몰두하였고, 불과 18세의 어린 나이에 최고의 제작 회사인 베니니 공장을 창립하였다. 그 뒤로 베니니는 인형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제페토가 만든 제어 규정인 '위대한 약속'을 제작 과정에 있는 모든 인형에 적용하게 된다.

베니니 공장 덕분에 크라트는 예전보다 더 큰 번영을 경험하게 되었지만, 에르고가 크라트로 가져온 것은 단지 부와 기술만이 아니었다. 공기를 통해 퍼진 특정 에르고 포자에 의해 '화석병'이라 불리는 질병이 확산되었다. 이 병은 점차 전신이 석화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병으로, 가장 먼저 에르고에 대해 연구하던 연금술사들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연금술사들은 화석병을 특정 계층에만 나타나는 알 수 없는 새로운 질병으로만 여겼을 뿐, 에르고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제페토는 사망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유일한 자식, 카를로를 두고 있었다. 자동인형 기술의 선구자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아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주지 못했고, 결국 카를로를 모나드 가문의 젊은 후계자가 세운 모나드 자선원에 맡기게 되었다. 카를로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느끼며 상심했으나, 로미오라는 소년을 만나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되어 마치 형제처럼 지내게 되었다.

수년 후 모나드 자선원을 졸업한 카를로와 로미오는 크라트 시를 방어하는 자경단인 스토커가 되기를 희망하며, 전설로 불리는 여성 스토커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요청했으나 단호히 거부당한다. 그 뒤 모나드 자선원에서 발생한 장미 저택 사건으로 인해 대규모 화석병 감염이 일어나고, 카를로와 연금술사 집단의 리더인 발렌티누스 모나드도 이 사건에 연루되어 목숨을 잃는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제페토는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지며,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카를로를 닮은 인형을 만들게 된다.

장미 저택 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크라트 시에서 화석병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고, 인형 기술의 유출 방지를 위한 엄격한 도시 출입 제한으로 인해 주민들이 시기적절하게 대피하지 못하고 갇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로사 이사벨 거리에서 인형의 왕이라 불리는 존재가 등장해 인형들을 조종, 폭주시켜 크라트 시의 인형들을 하나씩 자신의 통제 아래 두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시 전체의 관리가 마비되며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와 동시에 연금술사들은 화석병 치료약 개발 중임을 선언했고, 사람들은 곧 화석병이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클락 쇼어 박사가 연금술사들의 연구를 도용해 만든 치료약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처음에는 효과를 보였으나 이내 치료약을 복용한 이들이 카커스라는 이성을 상실한 괴생명체로 변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인형의 폭주가 전 시로 확산되어 크라트의 모든 인형이 폭주하게 되었고, 많은 시민들과 스토커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공방연합의 중심지였던 공방탑도 무너졌다. 번성하던 크라트는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 죽음의 도시로 변했으며, 살아남은 주민들은 인형, 화석병, 카커스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닫고 은둔하게 되었다.

 


 

 

소울라이크 게임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불편하다. '왜 이런 게임을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고, 스트레스 풀려다가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상황을 겪을 때도 많다. 이 게임도 처음에는 좀 쉬운 듯 하더니 스토리가 조금 전개되자 난이도가 팍팍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인건... 그 힘든(?) 과정을 조금 거치고 나면 그럭저럭 플레이하기 나쁘지 않았다. 뭐랄까... 생각보다 적응이 빨리 된다고 할까...

P의 거짓은 국내에서 제작된 게임 중에선 보기 드문 행보를 걷고 있다. 일단 콘솔 기반으로 출시되었다. 대부분 돈 벌겠다고 온라인 게임으로만 출시하거나 소규모로 떼돈 벌 욕심(?)에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근데 또 이게 대충 6백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국내 제작 게임이 콘솔 시장에서 몇 백만 장을 판매했다는 얘긴 처음 들어본 것 같다. 거기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렸다고 하니 여기 저기 들리는 소문으론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렸다고 한다. 그 덕분에 다시 한국 게이머에게도 이목을 끌게 되었겠지. 게임에서 스토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6만 몇 천원의 돈은 크게 아깝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은 거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다들 줄을 선다. 순위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서열을 만든다. 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가 정리될 때 안정감을 느끼는 듯, 서열 속에 자리잡기 위해 돈을 쓰고 또 쓴다. 하지만 내가 느껴본 외국의 콘솔 게임은 그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강했다. 그들의 게임은 게임이 가진 스토리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어떻게 몰입감있게 구성할 것인가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너무 늦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픽도 어느 수준 이상이고 스토리도 참신함을 느낄 수 있었던 P의 거짓은 정말 즐겁게 즐긴 게임이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스토리로 게임이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신에서 던져 준 떡밥을 봐선 다른 동화의 이야기가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한국 게임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P의 거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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