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가 있는 풍경

문학 작품 다시 보기 -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by 너의세가지소원 2023. 9. 7.
728x90
반응형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이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한용운 님의 시는 대부분 조국, 불교에 빗대어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가 걸어온 길이 그의 글에 스며들어 있을 거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추론에서 비롯된 해석일 것이다. 하지만 난 그의 어떤 시를 감상해도 항상 사랑이 먼저 떠오른다. 사랑 때문에 번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떠오른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