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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이야기

가슴이 기뻐하는 일을 하자 - 김수덕 에세이 - 새벽산책

by 너의세가지소원 202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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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게 살고 싶지만 주의 사람들이나 여건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직 간절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입니다. 정말 얼이 사무치면 얼이 알아서 공부를 시킵니다. 우리가 숨을 안 쉬려고 해도 쉬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늘이 나를 관통해버립니다. 천지가 나를 주관하는 것이지요. 천지가 우리를 태어나게 했고 또 때가 되면 데려가듯이, 간절히 묻고 구하면 삶의 순간 순간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줍니다.

  삶의 목적이 뚜렷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능력을 줍니다. 일을 하라고. 물론 하늘과 땅의 뜻에 합당한 목적이어야지요. 하늘만큼 정확하게, 에누리 없이 거래하는 장사꾼도 없습니다. 하늘은 능히 알고 누구든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그릇대로 충분히 채워줍니다.

  큰 뜻을 세운 사람에게는 큰 기운이 호응합니다. 뚜렷한 삶의 목적도 세우지 못한 사람이 남의 지식 많은 것을 부러워하고, 돈 많은 것을 부러워하고, 사람 많이 따르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지요.

 

  내 몸만을 섬기고 사는 사람은 그냥 보통 기운이면 됩니다. 원래 몸이란 불완전한 것이므로 몸만 생각하고 사는 이에게는 걱정 근심이 끊일 날이 없는 것이 당연하지요. 세월이 가면 함께 늙어가고 약해지고 변덕이 생기게 마련인 것에 매달리면서 왜 내게 평화와 행복이 없는가 한고 투덜거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하늘의 보살핌을 받으려면 하늘이 우리를 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대로 살아야 합니다.

  천지는 언제나 우리가 정하는 대로 응해줍니다. 스스로 "나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고 운도 없고 병이 항상 떨어질 날이 없고..." 이렇게 되뇌이면 하늘도 우리에게 "그래, 너는 별 볼 일 없고 운도 없고..." 이렇게 대해줍니다.

  몸이 좀 아파도, 근심이 조금 있어도 "방금 전까지 아픈 것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아픈 것도 습관이다. 나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아플 수가 없어." 이렇게 생각하면 하늘이 모른 척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 고쳐주었는데도 자꾸 아프다고, 이제 문제가 다 해결되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데도 방금 전까지 무언가 안 되었던 사실만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 앞에 스스로 불행의 그늘을 드리우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하고 기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내일 일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내일 아니라 한 시간 후의 일을 아는 사람도 없지요. 그런데 늘 발고 주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치 자신이 불행하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듯이 찌들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꾸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정하고 받아주니까 나쁜 것만 끌어안고 살게 되는 거지요.

 

  오랫동안 마음을 괴롭히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고요히 앉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내가 어떤 집착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 문제가 내가 붙들고 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인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과감히 놓아버립니다. 그냥 하늘에 맡겨버리는 거지요. 그 순간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선언해주는 겁니다.

  "나는 나다."

  집착을 놓아버려도 여전히 나는 나입니다. 존재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 맡겼을 대 무엇이 남는가? 그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살다보면 가끔 별다른 원인도 없는데 슬프고 외롭고 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삶에 대한 우수가 물밀듯이 밀려와 가슴이 저려올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속절없이 '내가 왜 이리 약해졌지?'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도 다른 사람도 그것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 허전함은 '혼의 상처'에서 온 것입니다. 몸이 좀 아픈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만 혼의 상처는 영원히 치유를 기다리면서 삶의 고비고비마다 나타나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하고 묻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그 혼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왔습니다. 사람들은 혼의 상처에서 오는 허전함을 이겨보려고 돈에 매달리기도 하고 명예에 목숨을 걸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채워지지 않거든요. 영혼의 성장을 위한 삶을 살 때에만이 혼의 상처가 아물어 슬픔과 외로움이 사라집니다.

  영혼의 성장을 위한 삶을 살려면 가슴이 기쁜 일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의 영혼은 본래 우주의 완전한 생명에서 왔기 때문에 그 생명의 본질인 사랑을 실천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않습니다.

 

  소유욕과 이기심에 집착하는 삶을 통해서는 영혼의 존재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물론 머리로야 알 수는 있지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씀을 듣고 아름다운 글을 읽어도 영혼이 살아 있는 것이 가슴으로 안 느껴지는 사람은, 혼의 기쁨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관념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진리를 액세서리로 달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가슴에서부터 오는 기쁨은 아주 오래 갑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홀로 즐겁습니다. 그러나 이해 관계에서 얻어지는 기쁨은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속이 상합니다. 누가 값나가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는 조건으로 죽을 때까지 남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고 칩시다. 기쁨까요? 진짜 자랑하고 싶은데 보여주지 말라고 하면 아마 속이 상할 겁니다. 소유욕과 이기심에서 얻어진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보석이 열 개라면 하나씩 나누어도 열 명밖에 못 갖지요. 그리고 열 사람이 보석을 차지한 순간 갖지 못한 나머지 사람은 섭섭해하고 원망이 생깁니다. 또 아흔아홉 가마의 쌀을 가진 사람은 한 가머니 가진 사람한테라도 빼앗아서 백 가마를 채우려고 하므로 거기에서 온갖 싸움이 생깁니다.

  그러나 혼의 기쁨은 다 나누어 자겨도 끝이 없고 모자랄 일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생채기를 내서 채워지는 기쁨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잘되게 함으로써 느껴지는 상생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김수덕 님의 에세이 -새벽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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