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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이야기

꼬마 성자 - 행복해지는 이야기

by 너의세가지소원 2023.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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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백 년 전, 오래된 마을에 오래된 사찰이 있었다. 이 사찰엔 큰 스승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은 영성이 빼어난 분이었다. 큰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찰에 모여들었다.

 

제자들은 큰 스승을 사모했다. 큰 스승도 제자들을 사랑했다. 그러나 많은 제자들 중에서도 유독 한 제자에게 정이 각별했다.

 

그 제자의 이름은 '오른이'였다. 모든 제자들이 오른이를 질투하고 시기했다. 그들은 큰 스승이 오른이에게 각별한 까닭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오른이는 지적 능력에서 그들보다 훨씬 뒤지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경전을 암송하는 데도 가장 느렸고, 신의 개념을 토론하는 데도 가장 우둔했다. 한마디로 머리가 좀 모자라고, 똑똑지못한 위인이었다.

 

진리나 사랑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을 때도 오른이는 입 한 번 뻥긋 열지 못하였다. 언제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구석 자리에 멀거니 앉아 있기만 했다. 토론장에서, 그의 견해를 질문받을 때가 드물기는 하지만 아주 가끔씩 있었다.

 

그럴 적마다 그는 수줍게 웃으면서 '모든 사람의 견해에 동감한다'고 대답하곤 했다. 제자들은 그런 식의 대답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웃어가며 '어떻게 이 많은 견해에 동감할 수 있느냐'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면 오른이는 뒤통수를 긁으며 '견해나 해석은 많지만, 주제와 문제는 단 하나뿐이므로 동감하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기가 막힌 제자들이 '지금 이 자리는 각자의 견해를 밝혀 토론하는 자리'라고 말하면 그는 다시 수줍게 웃어 보이며 '그건 알고 있지만, 모든 견해가 다 옳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라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런 형편이니 오른이는 머리가 나쁘고, 생각할 줄도 모르며, 진리를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소문이 났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큰 스승은 오른이에게 특별히 마음을 쓰는 것이었다. 제자들은 큰 스승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오른이를 사랑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우스갯감일 뿐인 오른이가 큰 스승에게는 사랑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제자들에게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오른이만 제외시키고 제자 전원이 회의실에 모였다. 그들은 더 이상 오른이를 향한 큰 스승의 애정을 참아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참을 수 없이 화가 나버린 그들은 오른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ㅑㅇ 한다고 떠들었다. 오른이를 사찰 밖으로 내쫓아버려야 한다는 주장, 쥐도 새도 모르게 오른이를 개 패듯 패주자는 주장, 큰 스승에게 강력한 항의를 올리자는 주장... 와글와글한 그들의 많은 주장들은 사찰의 정적을 밑바닥에서부터 깨놓기에 충분했다.

 

시끄럽게 난리를 치니 큰 스승께서도 자연히 이 야단법석을 알아차렸다. 큰 스승은 오른이를 불러 제자 전원을 큰방으로 모이게 했다. 제자 전원이 부름을 받고 큰방에 모이자 큰 스승은 오른이에게 커다란 새장에 새를 가득 담아 오라고 시켰다. 오른이가 새와 새장을 구하러 나가자 큰 스승은 제자들을 향해 말씀을 시작했다.

 

"오늘 아침, 무슨 일로 시끄럽게 떠들어쑈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 너희들이 내게 묻고 싶은 게 있다는 것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너희들의 의문에 대답을 주기 전에, 우선 내가 시험 문제를 하나 내겠다. 이 시험 문제를 푼 다음, 너희들이 품은 의문에 설명을 해주겠다."

 

그러자 드디어 오른이가 새가 가득 찬 커다란 새장을 가져왔다. 오른이는 그 커다란 새장을 큰 스승의 발치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공손히 절을 올리고 물러가 자기 자리에 섰다.

 

큰 스승은 모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말하자면 시험 문제를 내는 것이었다.

 

"내 얘기를 잘 듣도록 하여라. 자아, 여기 새가 가득 찬 새장이 있다. 너희들은 각자 새 한 마리씩을 꺼내어 가지도록 해라. 그리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가지고 있는 새를 죽인 후에 그 죽은 새를 해질녘까지 내게 가지고 오너라. 내가 지금 말한 그대로를 정확하게 실천해야 한다. 즉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곳에서 자기 새를 죽인 후, 그 새를 해질녘까지 내게 가지고 와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내는 시험 문제이다."

 

큰 스승의 말이 끝나자 제자들은 새장에서 각자 한 마리씩의 새를 꺼내 가졌다. 그리고 각자 사람이 없는 곳, 지켜 보는 시선이 없는 곳을 찾아 불뿔이 흩어졌다.

 

제자들은 큰 스승이 낸 시험 문제를 내심 괴이하게 생각했다. 뭔가 이상하고 당황스러운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오른이는 큰 스승이 말하는 어떤 것에도 의문을 품는 일이 없었다. 큰 스승의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었다. 그는 스승의 모든 것에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스승의 모든 것에 절대적으로 복종했고, 스승의 어떤 명령에도 의문을 표현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제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장소를 찾아 흩어질 때, 오른이만은 절대 복종의 미더운 얼굴로 사찰문을 나섰다.

 

 

그날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저녁 해가 서쪽 하늘을 물들이며 지고 있었다. 잠시 후면 땅거미가 내려 어두워질 터였다. 제자들은 하나씩 또는 두셋씩 짝을 지어 사찰로 돌아왔다.

 

큰 스승은 마당에 자리를 펴고 그 위에 조용히 앉아 계셨다. 제자들은 죽은 새를 스승이 앉아 계시는 땅 위에 내려놓았다. 잠깐 사이에 스승 앞에는 죽은 새가 더미더미 쌓여갔다. 드디어 해가 떨어지고, 오른이만 뺀 제자 전원이 죽은 새를 스승 앞에 내려놓았다. 오른이가 아직 오지 않았음에도 큰 스승은 모여든 제자들을 둘러보며 물으셨다.


“다 모였느냐?”
“오른이만 보이지 않습니다!”

 

제자들은 우쭐하여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헐레벌떡 오른이가 들어왔다. 작은 새장 하나를 여전히 손에 든 채...


새장에는 새 한 마리가들어 있었다. 그 새는 살아서 짹짹거리고 있었다. 제자들 사이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일어났다. 제자 전원이 큰 스승의 시험 문제에 합격했는데, 오른이 한 사람만 기어코 불합격을 한 것이다… 게다가 해질녘까지 돌아와야 한다는 큰 스승의 명령을 어겼다. 제자들은 낮은 소리지만 분명히 만족한 목소리로 그렇게 수군거렸다.


그들은 오른이의 어리석음이 결국 오른이 자신을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이것으로 오른이의 어리석음과 미련스러움이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큰 스승께서는 자신이 각별하게 대한 오른이의 정체를 꿰뚫어보시게 될 것이다...


큰 스승은 그들의 수군거림이 가라앉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기만 했다. 소요가 가라앉자 드디어 큰 스승이 큰소리로 물었다.

 

“내가 낸 시험 문제를 다 풀었느냐? 이 시험 문제가......"

 

스승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제자들은 스승의 말자락을 잡아채어 대답했다.

 

“다 풀었습니다. 한 사람만 빼구요! 오른이는 아직도 문제조차 모르고 있나 봅니다.”


“그렇구나…… 아무튼 너희들 내 문제가 어렵지 않더냐?”

 

제자들은 스승의 질문에 앞을 다투어 가며 제각기 한마디씩 떠들어댔다.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곳을 찾아낸다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아무튼 그들은 혼자만의 장소를 찾아내 새를 죽였고, 어떤 제자는 커다란 바위 밑에 숨어서 새를 죽였다.

 

제자들의 보고가 끝나자 스승은 오른이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자아, 오른아! 네가 죽인 새는 어디에 있느냐?"

 

스승의 질문에 그는 머무적 거리며 새장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새는……, 이 새장 속에 있습니다.”

 

오른이의 대답에 제자 전원이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들은 ‘불쌍한 놈! 결국 정체가 드러났어!'하고 오른이의 얼굴을 일제히 주시했다. 오른이는 제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자 얼굴을 당근처 럼 붉히며 허둥지둥했다.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다시 조용해지자 스승이 오른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좋다. 그러면 어떻게 새가 새장 속에 들어가 있는지 해명을 하도록 하라.”


오른이는 당황한 나머지 얼굴올 붉게 물들이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더듬더듬 답변했다.


“스승님……. 스승님이 저희에게…… 주신 말씀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새를.......... 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 누구의 시선도 미치지 않는 너 혼자만의 장소에서 죽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데 너는 그런 장소를 찾아내지 못했나 보구나.”


“못 찾아냈습니다, 스승님. 제가 가는 곳마다, 어디물 찾아가든지 그곳에는 신(神)이 계셨습니다. 신(神)께서 보고 계시므로 이 새를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


오른이의 해명에 모두들 "흑!” 놀란 숨을 들이키고 말았다. 이들을 쓰윽 훑어본 스승은 미소를 지으며 큰소리로 물었다.

 

"오늘 아침, 너희들이 품고 있는 의혹을 풀어 주겠다고 나는 약속했다. 자아, 지금도 의혹에 대한 나의 해명을 바라느냐?"

 

제자들은 스승의 질문에 부끄럽고 창피해져 허리를 굽히고 작은 소리로 "아니옵니다."하고 대답했다.

 

오른이는 오늘 아침의 일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큰 스승과 제자들 사이에 오가는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스승이나 제자들에게 지금 무엇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는 스승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지니고 있으므로, 스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가 바라지 않아도 상세하게 이야기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른이는 말없이 스승 앞에 쌓여 있는 죽은 새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죽은 새들이 가엾게 생각되어 '다시 살려낼 방법은 없을까?'하고 속으로 바랬다.

 

큰 스승은 그의 생각을 읽어내고, 죽은 새들 위로 손을 뻗어 스치며 경을 외웠다. 새들은 다시 살아 밤하늘 속으로 힘차게 날아가 버렸다.

 

그 후 제자들은 스승에게 어떠한 한마디의 불평도 갖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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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은 너무나 어지럽다. 자기만 생각하기에도 벅차고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린 때문이리라. 조금씩은 나와 함께하는 다른 이들에게 시선을 주고, 우리가 함께 있음을 깨달아 보는 것은 어떨까?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종교에 한번 다시 귀기울여 보시길...

우리가 어느 곳에 있던 신은 우리를 항상 바라보며 우리와 함께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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