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취미로, 또는 인생의 필요한 일 중 하나로 하고 싶은 게 3가지 있다.
그 첫 번째는 영어.
두 번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요즘 말로 코딩.
그리고 마지막이 기타를 필두로 한 음악이다.
영어나 코딩 관련해서는 나중에 또 넋두리할 시간이 있겠지.
오늘은 음악, 그 중에 기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처음 기타를 잡았던 건 중학교 2학년 때다.
당시 유행하던 노래 중 [송시현]이라는 가수의 "꿈결같은 세상"이라는 노래의 기타 반주를 '이렇게 이렇게'하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갑자기 퍼뜩 떠올랐다.
그러자 기타가 치고 싶어졌다.
다섯 식구가 반지하 방 두 칸에서 살고 있는 가난한 형편에 기타 살 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알바라도 하고 싶었지만 중학생이 무슨 알바를 하겠나.
새벽에 신문을 돌리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가 위험한 새벽에 나가는 건 안 된다며 혼이 났고,
대신 아버지가 매월 용돈을 주겠다는 약속해 주셨다.
기억이 맞다면 그때 약속하신 돈은 2만원이었다.
어린 나에게는 꽤나 큰 돈이었고, 당시 가장 저렴했던 기타가 대충 5만원 정도였으니 하나도 쓰지 않고 모은다면 석달 정도면 포크 기타 하나를 살 수 있었다.
몇 달이나 걸렸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겨우 돈을 모아 포크 기타 한 대를 샀다.
우리 동네엔 레코드샵과 악기 판매점를 병행하는 가게가 한 곳 있었고, 그곳에서 기타를 사고, 기타 교본을 하나 산 나는 머릿속으로만 연주하던 "꿈결같은 세상"을 연주할 생각에 꿈결같은 행복감에 빠졌다.
그때부터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다.
꿈결같은 세상을 칠 수 있을 때까지 왼 손가락 사이를 벌리는 연습을 했고 F코드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C, G, Am, E, Em, Dm ... 뭐 이런 코드들을 하나씩 하나씩 "최신 인기가요" 책에 실려 있는 악보를 보며 따라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지직지직~]거리는 잡음만 나올 뿐, 듣기 좋은 소리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왼손가락도 무지무지 아팠다.
2~3일에 한 번씩 왼손톱을 다듬으면서 꼭 소리를 내고야 말겠다는 집념(?)을 불태웠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는 "꿈결같은 세상"을 더듬거리며 반주할 수 있게 되었다.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은데... 그 시간이 아깝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 손가락과 기타가 만들어 내는 듣기 좋은(?) 소리에 그저 감격할 따름이었다.
그 후로는 한 권에 천원씩 하는 [최신 인기가요]를 사서 매일 저녁마다 코드를 잡고 리듬을 느끼며 연습에 매진했다.
사실 연습이라고 느낀적 한 번 없이 계속해서 그렇게 잘 놀았던 것 같다.
왼손으로 코드를 잡고 오른손으론 리듬을 만들어 가는 일이 참 재미있었다.
유행하는 노래 따라부르며 거기 필요한 약간의 양념 역할로 기타 반주가 쓰였다.
재미있었고, 실력도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중학교를 보내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젠 웬만한 곡은 코드를 보면(꼭 코드를 봐야 했다) 리듬 반주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내 기타 실력은 그대로 정체기에 돌입했다.
선천적 금새 질림병 때문인지 난 노래를 외워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악보를 보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고정되어 버렸다.
.
.
.
그리고 그렇게 20년 정도가 흘렀다.
30대가 된 나는 여전히 음악을 좋아하지만 악기에 대해선 게을렀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면서 그냥 세월의 파도 속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사이 나름 포부는 커져서 내 손에는 통기타 대신 일렉기타가 들려 있었다.
부천인가.... 인천인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어딘가에서 40만원 주고 샀던 기타다.
기타 발매했다고 기사도 났었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2030462
위 기사에 있는 것처럼 나도 100대 한정 출시라는 말에 혹해서 구매했다.
한정판 치고는 가격도 저렴한 듯 하고 나는 기타를 구매하는 기준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근데 사긴 잘 산 것 같다.
얼마 전에 태어나 처음으로 기타 수리점에 가보니 20년 된 것 치곤 상태가 좋고 소리도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
30대까지도 음악에 게을렀던 나는 40대가 되어서도 비슷했다.
매일 고민만 하고 해야지 해야지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40대라는 숫자도 곧 바뀔 것 같다는 위기감이 몰려올 때쯤...
기타를 다시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내 어릴 적 즐겁게 보냈던 시간들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지금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마음이 변하고 싶을 때마다 이 글을 봐야겠다.
두서없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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