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감염 예방에 탁월한 크랜베리, 그 역사와 기능성

원주민들이 '비터 베리'라 불렀던 크랜베리
북미 대륙의 습지와 이탄지대에서 자생하는 크랜베리는 오래전부터 북미 원주민들의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원주민들은 이 작고 붉은 열매를 'ibimi' 즉 '비터 베리'라고 불렀죠. 신맛이 강해 그대로 먹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원주민들은 크랜베리의 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꿀이나 사탕수수 시럽과 섞어 먹는 것이었죠. 이렇게 하면 크랜베리의 신맛이 완화되면서도 상큼한 맛은 그대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크랜베리를 곡물가루와 섞어 과자나 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과자는 맛과 영양가가 뛰어났을 뿐 아니라 보존성도 좋았다고 합니다. 일부 부족에서는 크랜베리를 동물 기름과 섞어 보존식품으로 만들기도 했죠.

식용, 약용으로 다양하게 활용
원주민들은 크랜베리를 식용으로만 활용한 것이 아닙니다. 크랜베리에는 다양한 약리 효능이 있어 약용으로도 널리 쓰였던 것이죠. 예를 들어 크랜베리 과즙을 상처에 바르면 지혈과 치유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열이 나거나 몸에 염증이 있을 때 크랜베리를 달여 마시면 해열과 소염 작용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크랜베리에는 독소를 배출하는 효능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부족에서는 크랜베리를 이용해 몸 밖으로 독소를 내보내는 의식을 치렀다고 하네요. 이처럼 원주민들은 크랜베리의 다양한 약리 효능을 경험을 통해 터득했습니다. 그들에게 크랜베리는 생활 필수품이자 약초였던 셈이죠. 오늘날 과학적으로 입증된 크랜베리의 건강기능성은 이런 원주민들의 전통지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랜베리를 신성시했던 원주민 문화
크랜베리는 원주민 문화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일부 부족에서는 크랜베리를 신성시하기도 했는데요. 과실에 기도를 새기거나 의식을 치르는 등 크랜베리에 존경심을 표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 원주민인 왐파노아그족은 크랜베리를 '열매의 별'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들은 크랜베리 과실에 기도를 새기고 제의를 치르며 풍작과 건강을 기원했죠. 또 다른 부족에서는 크랜베리를 '생명의 열매'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들은 크랜베리가 생명을 주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죠. 이런 믿음 때문에 크랜베리는 출산이나 혼인 의식에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크랜베리에 대한 원주민들의 인식과 활용법은 부족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족에서 크랜베리를 중요한 자원으로 여겼다는 점은 공통적이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원주민들의 크랜베리 문화는 유럽인들에게도 전해졌습니다. 17세기 초 영국 탐험가 존 스미스가 크랜베리를 처음 기록한 이후, 유럽인들 사이에서도 크랜베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항해 중 선원들의 괴혈병 예방에 크랜베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죠. 비타민C가 풍부한 크랜베리 덕분에 많은 선원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인들은 크랜베리의 가치를 알아보고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1816년 매사추세츠주에 최초의 크랜베리 농장이 생기면서 크랜베리 산업이 시작되었죠. 오늘날 크랜베리는 북미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특히 매사추세츠, 위스콘신, 뉴저지, 오레곤, 워싱턴 등 북부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죠.

 

크랜베리의 건강 기능 -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C 풍부
최근 크랜베리의 건강기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크랜베리에는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C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항산화 물질은 우리 몸의 세포를 유해한 활성산소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활성산소는 노화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죠. 크랜베리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은 이런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건강을 지켜줍니다. 한편 비타민C는 면역력 증진, 피로 해소, 상처 치유 등에 도움을 주는 필수 영양소입니다. 크랜베리에는 비타민C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요로 감염 예방, 위궤양 치료 효과
크랜베리의 대표적인 건강기능성으로 요로 감염 예방 효과가 꼽힙니다. 크랜베리에 들어있는 프로안토시아니딘이라는 물질이 이런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프로안토시아니딘은 박테리아가 요로 상피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를 통해 요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특히 여성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재발성 요로감염증 예방에 크랜베리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크랜베리는 위궤양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크랜베리에 들어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인데요. 이 박테리아가 위궤양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죠.

프로안토시아니딘의 역할
크랜베리의 다양한 건강기능은 대부분 프로안토시아니딘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물질은 크랜베리에 특히 많이 들어있는 폴리페놀 화합물의 일종입니다. 프로안토시아니딘은 강력한 항산화, 항염증,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요로감염 예방은 물론 심혈관 질환, 당뇨병, 치매 등의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프로안토시아니딘이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물질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그 작용기전이 밝혀지리라 기대됩니다.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활용
이렇게 다양한 건강기능 때문에 크랜베리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크랜베리 주스, 분말, 캡슐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이 나와 있는데요. 크랜베리 주스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제품입니다. 생과일을 착즙하여 만든 100% 주스는 물론, 다른 과일 주스와 혼합되어 나오기도 합니다. 한편 크랜베리 분말은 건조한 크랜베리를 가루 내어 만든 제품입니다. 이 분말을 물에 타서 마시거나 요리 재료로 활용할 수 있죠. 휴대성과 보관 용이성이 장점입니다. 또 크랜베리 추출물을 농축하여 만든 캡슐 제품도 인기입니다. 프로안토시아니딘 등 유효 성분을 높은 농도로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죠.

물론 크랜베리 제품을 섭취할 때는 주의사항도 있습니다.
우선 크랜베리에는 산성이 강해 위장 장애가 있는 분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위궤양 환자들은 의사와 상의 후 섭취하는 것이 좋겠죠. 또한 크랜베리에는 옥살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신장결석 발생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신장질환 병력이 있는 분들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항응고제나 항생제 등 일부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크랜베리와 상호작용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 후 섭취하시기 바랍니다. 임신부나 수유부 역시 크랜베리 섭취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직 이들에 대한 안전성이 완벽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크랜베리에는 장단점이 공존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섭취량을 지키고, 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다면 크랜베리의 건강기능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크랜베리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성이 발견되고 보다 안전한 섭취 방법이 개발되리라 기대됩니다. 이미 오랜 역사를 지닌 크랜베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원주민들의 전통지식에서 비롯된 이 작고 붉은 열매가 현대 과학의 힘을 입어 더욱 가치 있는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죠.